blur girl's diary
14년 11월 20일
또복
2014. 12. 14. 18:47
3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오늘 복귀.
이렇게 오래 야외에서 생활해본 적이 있나 싶다.
정말 이제는 어디에서든 잘 수 있는, 그런 기분.
작년 이맘때 즈음, 혹한기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감상을 쓴 글이 저 아래 있을 텐데
나는 사실 그 글을 쓴 것에 대해 몹시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러한 후회를 다시 반복하고 있다.
군대, 훈련, 이 강한 혐오를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치환하고자 하는 안쓰러움은 중단되어야 한다.
(좋게 생각하지 마!)
요약하자면 나는 병사들에게 가혹한 3주의 기간동안
남들이 혹한의 추위 속에서 고생하는 동안
텐트에 처박혀 간부들을 위한 차와 커피를 3만 잔
정도 타면서 시간을 보냈고, 이런 말 하면 웃기겠지만
나는 훈련 때마다 러시아 문학을 탐독했다.
지난번에는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니나를,
이번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1부를.
뭐, 덧붙일 말이 있을까. 순수한 알코올의 정점 보드카처럼
완전무결한 예술에 대해. 그냥 탄복하며, 아직 읽을 페이지가
많이 남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즐겁게 읽을 뿐,
러시아 소설은 독자에게 순수한 감상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내 공포가 시작된 건 아끼고 아껴 읽던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다 읽었을 때. 옆에 굴러다니던 <경성애사>인지 병신 같은
소설을 조금 들춰보다 기겁하듯 덮었다. 뭐지, 이건.
혼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어떻게든 만들어 보았다. 볕이 따뜻한 오후에는 풀밭 위에서,
좀 추워지면 두돈반 트럭 조수석에 앉아서,
24인용 텐트 안은 너무 시끄러웠다. 차라리 경계근무를 서며
벌벌 떠는 게 더 나을 정도였으니까.
많은 생각을 했다. 과거에 대해, 미래에 대해.
지금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늘을 볼 때를 빼면. 이천의 하늘은 제법 멋졌다.
꽤 인상적인 하늘이 있었고, 허공에 보잉기가 날아갈 땐
가슴이 벅차 터질 것만 같았다.
대학 시절, 친한 형은 내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막내
알로샤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이제야 그가 무슨 맥락으로
나를 알로샤에 빗댔는지 알겠다. 하지만 나는 알로샤보단
차라리 그의 둘째 형 이반에 가깝다.
그리고 난 사실 그의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스키나
그의 첫째 아들 드미트리 표도르스키가 되고 싶다.
뭔 의미인지는 보면 안다. 이건 좀 웃긴 농담 같다.
왜냐면, 나를 알로샤 같은 존재라는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도
나는 알로샤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고 결국은 소설을
읽어서야 깨달았는데, 나 역시 그런 불친절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나는 여전히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순진무구하다.
예전에는 주변의 잣대와 관습에 끝없이 비추면서
이런 내 기질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좌절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싶다.
훈련 중 화교문화의 데모를 들었을 때
나는 상당히 죽고 싶었고,
최승자의 <즐거운 일기>를 두어 번 정독했다.
인생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이렇게 오래 야외에서 생활해본 적이 있나 싶다.
정말 이제는 어디에서든 잘 수 있는, 그런 기분.
작년 이맘때 즈음, 혹한기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감상을 쓴 글이 저 아래 있을 텐데
나는 사실 그 글을 쓴 것에 대해 몹시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러한 후회를 다시 반복하고 있다.
군대, 훈련, 이 강한 혐오를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치환하고자 하는 안쓰러움은 중단되어야 한다.
(좋게 생각하지 마!)
요약하자면 나는 병사들에게 가혹한 3주의 기간동안
남들이 혹한의 추위 속에서 고생하는 동안
텐트에 처박혀 간부들을 위한 차와 커피를 3만 잔
정도 타면서 시간을 보냈고, 이런 말 하면 웃기겠지만
나는 훈련 때마다 러시아 문학을 탐독했다.
지난번에는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니나를,
이번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1부를.
뭐, 덧붙일 말이 있을까. 순수한 알코올의 정점 보드카처럼
완전무결한 예술에 대해. 그냥 탄복하며, 아직 읽을 페이지가
많이 남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즐겁게 읽을 뿐,
러시아 소설은 독자에게 순수한 감상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내 공포가 시작된 건 아끼고 아껴 읽던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다 읽었을 때. 옆에 굴러다니던 <경성애사>인지 병신 같은
소설을 조금 들춰보다 기겁하듯 덮었다. 뭐지, 이건.
혼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어떻게든 만들어 보았다. 볕이 따뜻한 오후에는 풀밭 위에서,
좀 추워지면 두돈반 트럭 조수석에 앉아서,
24인용 텐트 안은 너무 시끄러웠다. 차라리 경계근무를 서며
벌벌 떠는 게 더 나을 정도였으니까.
많은 생각을 했다. 과거에 대해, 미래에 대해.
지금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늘을 볼 때를 빼면. 이천의 하늘은 제법 멋졌다.
꽤 인상적인 하늘이 있었고, 허공에 보잉기가 날아갈 땐
가슴이 벅차 터질 것만 같았다.
대학 시절, 친한 형은 내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의 막내
알로샤 같은 존재라고 했는데, 이제야 그가 무슨 맥락으로
나를 알로샤에 빗댔는지 알겠다. 하지만 나는 알로샤보단
차라리 그의 둘째 형 이반에 가깝다.
그리고 난 사실 그의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스키나
그의 첫째 아들 드미트리 표도르스키가 되고 싶다.
뭔 의미인지는 보면 안다. 이건 좀 웃긴 농담 같다.
왜냐면, 나를 알로샤 같은 존재라는 말을 수없이 들으면서도
나는 알로샤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고 결국은 소설을
읽어서야 깨달았는데, 나 역시 그런 불친절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나는 여전히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순진무구하다.
예전에는 주변의 잣대와 관습에 끝없이 비추면서
이런 내 기질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좌절했는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싶다.
훈련 중 화교문화의 데모를 들었을 때
나는 상당히 죽고 싶었고,
최승자의 <즐거운 일기>를 두어 번 정독했다.
인생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