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r girl's diary

14년 11월 28일

또복 2014. 12. 14. 18:47
중학교 때, 컴퓨터에 깔려있던 플래시 애니메이션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간단한 뮤직비디오를 만든 적이 있다.
에어로스미스의 "I don't wanna miss a thing"을 배경으로
빨강머리 앤의 그림들을 배치, 자막도 넣고, 이동 효과도 줬다.
그걸 본 어머니, 아버지는 "준하가 참 감각이 있구나" 하고
칭찬을 해주었고, "그 길로 나가라" 고 격려까지 해주었건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형편없고 허접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었다.

아무튼 그때 꼼지락거리면서 "앞으로 이런 일을 하면 좋겠다" 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학 생활 내내, 20대 청춘을
소모해가면서 거의 다 소멸되었다)
그러다 나는 군대를 왔고, 당신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군사기밀에 해당하지만
잠깐 설명한다면 "바쁠 땐 진짜 바쁘고, 한가할 땐 미친 듯이
한가한" 이라고 할까나. 요즘은 전자 쪽이다.
야근도 연이어 하고 있다.

그런데, 작업 중 에어로스미스의 "I don't wanna miss a thing"이
어쩌다 보니 등장했고, 그때서야 문득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중학교 때 빨강머리 앤의 그림을 이용하여 뮤직비디오를 만들던
그 일과 비슷함을, 그리고 그때의 나는 '나중에 이런 일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동경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정말 꿈은 이루어지는 건가?
그런데... 별로 기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