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백지와 춤을
밤을 샌 다음날 아침엔 중국 멜로 영화가 궁금해졌다.
나의 영화 고르는 안목은 나날이 저급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내 군 복무 간 최고의 영화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될 성 싶다)
부드러운 미소년 이미지의 금성무가 보기 싫어 생소한 영화를 골랐는데
<성원>이란 영화는 구십년대 뮤직비디오 내용을 두 시간 늘여놓은 듯한
총체적인 구림의 결정체랄까, 하지만 노골적으로 그걸 밀고 있자니
용기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우디 알렌의 <밤과 그림자>를 볼 때보다 집중하며 보았다.
영화에 대해선 거두절미하겠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장백지란 배우에 대해서다.
나는 이 배우를 전혀 몰랐고, 아울러 중국(홍콩) 멜로 장르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여 얼굴이 찌그러질 때까지 펑펑 울어대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니
장르의 관념을 건더기째 퍽 씹는 그런 느낌?
사실 이 글을 쓰고 싶지 않았고, 장백지의 사진을 올리고 싶었는데 싸지방은 여전히 사진 업로드가 안 된다.
대신 나는 스윙 댄스 동영상 클립을 올리겠다.
스윙 댄스에 대해서도 난 무지한 편인데, (사실 이것이 처음이다)
이 커플의 댄스를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귀여운 강아지들의 구애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요즘 성경을 틈틈이 읽고 있고(사실 엄청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눈으로 보고 있는
이 굉장한 부조리와 모순, 폭력에 대해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은데 미칠 것 같다.
이제 레위기를 거쳐 민수기에 돌입하였다),
토요일 성당 반주를 자임하여 일주일에 찬송가(라기 보다 CCM, 생활 찬송가라고 해야 하나) 4곡씩을 연습한다.
생활관 구석탱이 창고나 공부방에서 주로 연습하는데, 종종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
요즘 가장 매달리고 있는 일이 있다면 일본어 공부와 호랑이 기계 자료집을 읽는 것이다.
일본어 공부는 지난 휴가 때 산 교본을 시작하여 이제 기본단어 500개를 훑어보았다.
논문들을 엮어 제본(자그마치 4권 분량)으로 읽고 있는 자료집(지금은 3권째)에는
요즘 청소년 문화에 대한 논문이 몰려 있다. 폭주족 하위문화, 홍대, 동대문, 대학로 청소년 문화, 여고 하위문화.
이것을 다 읽으면 어쩐지 청소년 전문가가 될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마음만 급하다.
장백지와 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