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r girl's diary

아름다운 구속

또복 2015. 2. 12. 20:21

 

 휴가 때 찾은 노래방은 묘하게 짠하다.

 노래방에서 그네들이 부른 노래는 더 찡하다.

 

 지난 가을, 오지게 비싼 강남 룸식 노래방에서

 커스틴 던스트를 닮은 나의 고교 친구는 "충분히 예뻐" 라는,

 내 주변 사람들은 결코 부르지 않을 "신곡"을 불러 나를 놀라게 했다.

 고등학교 때 우리는 블러를 좋아했고,

 나는 저녁 식사 중에 그녀와 함께 학교 앞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운 적도 있다.

 그녀는 이제 직장을 다니고, 많은 돈을 벌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쇼핑도 한다.

 내가 그녀를 모르는 사이 그녀는 내가 모르는 많은 노래를 부를 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우리는 다시 통인동을 찾았다.

 치킨은 정말 맛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속이 뒤집힌 나는 한 입 먹고

 호프집을 나올 때까지 토를 했다. 잠깐 암전. 노래방.

 나는 군대 코인 노래방에서 부르던 노래들을 습관처럼 예약했고,

 몇몇 노래들은 가사를 강조하고자 화면에 손날을 갖다대기도 했다.

 서른 즈음의 형은 서른 즈음에를 불렀고,

 나는 형의 아내에게 SES의 "너를 사랑해"를 부탁했다. (그때는 짠했는데, 지금은 무슨 실례를 한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노래로 "아름다운 구속"을 불렀다.

 

 휴가 마지막 날, 아버지와 술을 마시며 나는
 "인간에겐 구속받고 싶은 욕구도 있다"고 개겼던 게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