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r girl's diary

내적 일관성

또복 2015. 3. 27. 18:53

 

 헤어진 여자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는 꿈. (반가운 분위기)

 얼마 전에 전화했었는데. (네 생일이어서)

 응, 그때 못 받았어. (미안해)

 행복하게 전화를 끊었고, 행복한 꿈은 그렇게 행복하게 끝났다.

 나는 이 꿈을 고스란히 기억한 채 아침을 맞았고,

 이 꿈은 퍽 우스운 나의 심리 모형 기제를 보여준다.

 사실 나는 지난 00일, 그녀의 생일을 기억해내곤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할 순 없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다시 걸지 않았다.

 그런데 꿈에서 이 처리되지 않은 기억이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는 현실에서 성사되지 않은 미완의 계획이 꿈의 공정을 통해 완성된 것이다.

 나는 비슷한 경험을 얼마 전에도 한 적이 있는데,

 에릭 로샹의 <토탈 웨스턴>을 보고 잠들었을 때, 꿈에서 영화와 다른 엔딩이 나온 것이다.

 영화에서 적들의 위협에서 벗어나 통상적으로 '해피 엔딩'으로 끝날 부분에서

 에릭 로샹은 교활한 웃음을 짓고는 주인공을 황야로 떠나게 한다.

 그리고 이 살인 기계는 도주하는 적에게 총탄을 박고는 과다출혈로 함께 죽고 만다.

 이 살인 기계들을 멍하니 보던 아이들은 탄식하다. 미쳤어, 저들은.

 하지만 내 꿈에서 주인공은 살인 기계를 거부하고 아이들과 새로운 미래를 일군다.

 에릭 로샹의 교활한 엔딩을 (내 심리 모형 기제는) 충분히 충족됐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꿈의 작업장에서 공정을 통해 내 내적 일관성에 맞춰 다시 가공하여 처리한 것이다.

 어지간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