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근무가 끝나고, 교대까지 무사히 사수한 양파맛 감자칩을 들고, 커튼 너머 오전 일과의 빛이 나른하게
새어 들어오는 생활관에 누워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2의 에피소드 3개를 연이어 보았다.
침해받지 않는 개인의 공간과 시간, "정크"한 먹을거리와 드라마(혹은 게임, 만화, 통틀어 "서브컬처" 전반)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을 정도로 노동이 가혹해질수록 이 "정크"한 일상에 우리는 가련할 정도로 집착하게 된다.
여하간!
나는 대체로 중독에 약한 편인데,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화끈하게 무언가에 빠지면 질릴 때까지 끝장을 봐야 하는 성미 탓일까,
좀 걷잡을 수 없이 탐닉하는 경향이 있어 무언가 시작하기가 무서울 때가 많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도 퍽 재미있게 봤는데, 그걸로 끝이라고 접어놨는데, 어쩌다 보니 시즌 2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봐버렸고", 으앙, 망했어요. 결국 다시 불붙은 드라마의 열기 속으로. 시험 준비도 빠듯한데 큰일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그들 나름대로 "통쾌하게" 털어냈다고 생각한 밤,
부부는 전자 담배를 나눠 피운다. (원래 피우던 연초는 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끊게 되었음)
그러다 클레어는 말한다. 진짜 담배가 피우고 싶은데.
그러자 프랭크는 스탠드 아래에 몰래 숨겨둔 '진짜 담배'를 슬쩍 꺼내준다. 산타 클로스처럼.
감격하며 담배를 피우는 클레어는 프랭크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고
남부 민주당원 프랭크는 시니컬한 컨츄리 송을 불러준다.
케빈 스페이시는 늙어도, 배가 나와도 "토요일 밤의 열기"를 기억하는 댄스 파티의 주인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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