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확을 시작하였다.
상추를 시작으로, 오늘은 제법 자란 오이 두 개도 냉큼 따왔다. 지난주에 비가 몇 차례가 오고 나니 작물들이 부쩍 자랐다.
상추는 두어 번 수확을 하여 할아버지도 드리고, 삼겹살을 구울 때에도 유용하게 쓴 바 있다. 내년에는 상추뿐만 아니라
쌈싸먹기 좋은 이것저것의 것들을 여러 종류 심어봐야겠다. 무엇보다 잘 자라고, 또 부담이 없다. 최고.
상추를 심은 텃밭은 아주 조그맣지만 한 차례 솎아주면 커다란 비닐봉지가 가득 찬다. 두 집은 나눠먹을 수 있을 정도.
내일 상정이 형과 정빈이를 만나는데, 주려고 미리 따두었다. 오이는 어머니에게 팩을 하라고 드렸으나 냉국이 될 운명.
비가 오고 나면 확실히 쑥쑥 자란다. 비실비실하여 내게 걱정을 주던 고추들도 어느덧 늘름하게 열매를 맺었다.
물론 주변으로 잡초도 맹렬하게 퍼진다. 그 질긴 생명력. 손으로 솎아주다 나중에 호미로 갈아엎고자 포기했다.
한 차례 약탈이 끝난 뒤의 상추밭. 위에서 왼편 세 덩이는 혹시 몰라 남겨두었다.
상추는 밑단의 잎부터 따줘야 하며, 맨위의 자라나는 잎은 남겨둬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홀랑 따버리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세 번 수확했는데,
대가 손가락 높이 정도로 솟아나고 있었다. 나중에는 허리 높이까지 치솟을 걸 안다.
꽃이 필 정도면 씨를 털고 내년을 기약하는 것이다.
가지도 이만큼 자랐다!
어쩐지 지지대를 꽂아줘야 할 것 같아서 꼬챙이를 설치했는데, 아직까진 묶어줄 필요를 못 느낀다.
키가 크고 열매가 무거우면 바람에도 대가 부러질 수도 있으나 지금으로선 안전한 수준.
조그맣게 맺은 아기 가지가 너무도 귀엽지 않은가?
문제의 3구역. 몇 차례의 보수 공사를 거듭하여 방울 토마토에는 장대를, 오이에도 꼬챙이 두 개를 엮어 만든
기다란 지지대를 설치해주었다. 그런데 점점 통제 불능의 쥬라기 공원처럼 흉물스러워지고 있다.
방울 토마토는 뭔가 왕성히 자라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가지들이 뻗은 것에 비해 열매가 아주 막 열리진 않아
이게 잘 크고 있는 건가 싶다. 열매도 맺은진 꽤 오래 됐는데 익을 생각을 안 한다. 불안...
오이도 걱정인 것이, 비가 오고 나서 쑥쑥 자랄 것으로 기대했으나 노랗게 타버리고 마른 잎들이 속출.
아침에 가위로 잘라주었다. 무슨 일일까.
노란 꽃이 피면 그 위로 오이 열매가 자라기 시작한다. 처음엔 무슨 피규어 장난감처럼 미니한 오이로 시작.
그러다 푹푹 자란다. 어느 틈에 그렇게 커지는데 옆에서 한번 지켜보고 싶을 정도다.
아, 그리고 오이를 만져보고 놀랐는데, 표면에 돌기처럼 붙어 있는 검은 깨 같은 것이 몹시 까끌까끌하다.
거의 가시 방망이 수준. 그것도 모르고 손에 쥐었다간 아이언 메이든에 들어간 포로 신세가 될 판이다.
시판되는 오이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인지라 신기했다.
작지만 행복한 우리 텃밭.
뭔가 계속 신경을 써줘야 하는데 귀찮을 때도 많드아.
이 글의 제목이 <주경야독>인데, 대체 공부는 언제 하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밤에 책 읽는 모습도 찍어서 올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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