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9월 30일

2014. 12. 14. 18:30 from blur girl's diary

당직 근무를 마치고 소피아 코폴라의 <마리 앙뚜아네트>를 보았다.
커스틴 던스트가 시종 멍청한 척하기 바쁜 희대의 골빈 영화
<브링 잇 온>마저 햇빛처럼 웃는 그녀 덕분에 즐거웠던 적이 있던
나는 요즘 커스틴 던스트가 참 좋다. 심지어 가끔은 오드리 햅번보다
더 좋다. 왜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지 않게 친구들에게
'내 고교 여자친구가 커스틴 던스트를 닮았어' 하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개 믿지 않는다.

 

아무튼, 밤샘 근무를 마치고 영화 한 편을 본다는 것은 전투에
가까운 일이다. 어지간한 의지력이 없다면 가소로운 일이다.
안타깝게도 <마리 앙뚜아네트>는 당직근무자의 애정,
그러니까 영화와 커스틴 던스트를 향한, 을 무색하게
또한 의지박약아로 만드는 작품처럼 보인다.

열심히, 열심히 대부의 딸이 찍었을 이 영화는 무엇을 위해
고군분투했는지 안타까울 지경인데, <브링 잇 온>이 그토록
한심한 영화적 가치를 가졌으면서도 뻔뻔스럽고 능청스럽게
골빈 태도를 고수함에 따라 '그래도 참 커스틴 던스트는
햇빛처럼 웃는다'는 명제를 남겼지만 <마리 앙뚜아네트>는
대부의 딸이 짊어진 부담(왜인지는 몰라도 그녀는 마피아란
남성 권력 판도와 대비되는 바르세이유 궁의 여성 권력과
관계도를 그려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닌 듯한데, 한편으론
그냥 뉴욕 클럽에서 놀기 좋아하는 가벼운 클러버로서의
자의식과 끊임없이 충돌하는 느낌이었다)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팝 음악과 물신 숭배적인 카메라 시선이 나로서는
커스틴 던스트에게 집중할 수 없게 하였다.

 

이는 아주 심각한 기준이 될 것이다.
커스틴 던스트의 웃음을 티없이 바라볼 수 있느냐, 없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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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또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