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마지막 날, 여지없이 영화를 보고 말았다.
아닌 게 아니라, 어제 이등병 시절 이후로 처음
축구를 했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안 쓰던 허벅지
근육이 터지는 듯하여... 뭔가 움직이기가 싫었다.
가이 리치의 <스내치>는 빈둥대고 싶은 일요일을
위한 영화처럼 보인다. 작품을 만드는 입장으로서...
'재미있기만 하다'는 류의 비평(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적어도 재미는 있었다, 는 긍정적인 감상평과
재미 말고는 남는 게 없었다, 는 시니컬한 비평이
묘하게 공존하는 이 말을 최근 많이 들어왔다.
가이 리치의 <스내치>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러미스>와 비교했을 때 로맨틱코미디에
버금가는 한없이 가볍고 낙천적인 갱스터 코미디
영화인데, <이스턴 프러미스>의 깽들이 어찌나
살벌하게 묘사되던지 덕분에 <스내치>의 깽들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속 악당들처럼 보일 지경이고
단지 장르적인 형식을 수립하기 위해 깽들을 동원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얼마나 실감나게 암흑가를
묘사했느냐, 살인 장면을 얼마나 진짜처럼 연출
했느냐, 암흑가의 실제라는 명제를 두고 수위의
비교우위를 가리는 게 아니다. 리얼리즘이란
측면에서, 또 많은 오해를 받아온 리얼리즘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요즘 읽고 있는
레이먼드 윌리암즈의 <기나긴 혁명>에서도 언급
되고 있는데, 거의 다 읽고 있으니 조만간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차라리 난 <스내치>에 등장한 브래드 피트에 대해
말하는 게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사실 브래드 피트란 배우에 대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청춘 시절, 그는 독보적인 외모로
말미암아 오히려 영화에서 계속 튀어나오곤 했다.
가령 <세븐>의 경우, 점점 노이로제에 빠져드는
젊은 형사를 연기하는 브래드 피트는 영화의
눅눅진 분위기에서 기묘하게 이질적이다.
뭐, 개인적인 주관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 술 먹다
그게 아니지, 멍청아 하고 핀잔을 먹인다면 바로
수긍할 수도 있는 단견이다.
아무튼 그런 그런 배우려니 하고 있었는데,
어제 점호 시간 직전까지 생활관에서 아이들이
틀어놓던 티비에서 <월드 워Z>가 잠깐 흘러나왔는데,
신이시여... 브래드 피트도 무척 늙었구나.
만화 <괴짜가족>에서 구제 청바지에 환장하는 인물로
패러디된 캐릭터(이 사진을 도저히 구할 수가 없다!)와
점점 닮아져 가고 있어(예컨대 못나지고 있다는 거다)
마음이 참 아팠다.
한편 오늘 본 <스내치>에서의 브래드 피트는 무척
멋스러웠는데, 이것은 비단 세월이나 피부의 노화 탓이
아니라 브래드 피트가 등장하는 영화의 두 부류에 따른
차이인 듯하다. 나는 그가 비렁뱅이 타입으로 등장하는
영화에서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설경구가 검사로 나오는 <공공의 적2>가 끔찍하고,
<박하사탕>의 비루한 사내가 경이로웠던 맥락으로)
반면 선량하고 깨달음을 주는, 계급적으로 구분하자면
전문가-관리자에 해당하는 중산계급의 역할로 나오는
영화 속에선 영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어색한 파티에
온 것만 같다는 것이다.
감히 말하자면, 브래드 피트는 너무도 뚜렷한 자기의
색채와 융화되지 않는(유연하지 못한, 고집스러운)
아우라로 말미암아 연기와 영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는 별개로, <스내치>에서 브래드 피트의 독특한
영어 억양은 볼 만하다. (나와는 달리 자유를 누리고
있거나 쫓기고 있는 사람들은 부디 이 영화를 봄으로써
시간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단결활동처럼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자리에서 할 수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할 때 보기 좋은, 킬링 타임이라기보다 포맷팅 타임을
하기 위한 영화에 가까우니 말이다)
영화 속에서 집시로 등장하는 브래드 피트는 아일랜드
억양도 아니요, 영어도 아닌 참으로 얄궂은 억양으로
친구들과 작당을 하거나 껄렁껄렁거리는데, 인상적이다.
더불어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는 <트레인스포팅>의
스퍼드도 깜짝 출연하는데 여전히 안습이다. 휴...
아닌 게 아니라, 어제 이등병 시절 이후로 처음
축구를 했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안 쓰던 허벅지
근육이 터지는 듯하여... 뭔가 움직이기가 싫었다.
가이 리치의 <스내치>는 빈둥대고 싶은 일요일을
위한 영화처럼 보인다. 작품을 만드는 입장으로서...
'재미있기만 하다'는 류의 비평(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만)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적어도 재미는 있었다, 는 긍정적인 감상평과
재미 말고는 남는 게 없었다, 는 시니컬한 비평이
묘하게 공존하는 이 말을 최근 많이 들어왔다.
가이 리치의 <스내치>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러미스>와 비교했을 때 로맨틱코미디에
버금가는 한없이 가볍고 낙천적인 갱스터 코미디
영화인데, <이스턴 프러미스>의 깽들이 어찌나
살벌하게 묘사되던지 덕분에 <스내치>의 깽들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속 악당들처럼 보일 지경이고
단지 장르적인 형식을 수립하기 위해 깽들을 동원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얼마나 실감나게 암흑가를
묘사했느냐, 살인 장면을 얼마나 진짜처럼 연출
했느냐, 암흑가의 실제라는 명제를 두고 수위의
비교우위를 가리는 게 아니다. 리얼리즘이란
측면에서, 또 많은 오해를 받아온 리얼리즘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요즘 읽고 있는
레이먼드 윌리암즈의 <기나긴 혁명>에서도 언급
되고 있는데, 거의 다 읽고 있으니 조만간
소개할 기회가 있으리라 본다)
차라리 난 <스내치>에 등장한 브래드 피트에 대해
말하는 게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나는 사실 브래드 피트란 배우에 대해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청춘 시절, 그는 독보적인 외모로
말미암아 오히려 영화에서 계속 튀어나오곤 했다.
가령 <세븐>의 경우, 점점 노이로제에 빠져드는
젊은 형사를 연기하는 브래드 피트는 영화의
눅눅진 분위기에서 기묘하게 이질적이다.
뭐, 개인적인 주관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 술 먹다
그게 아니지, 멍청아 하고 핀잔을 먹인다면 바로
수긍할 수도 있는 단견이다.
아무튼 그런 그런 배우려니 하고 있었는데,
어제 점호 시간 직전까지 생활관에서 아이들이
틀어놓던 티비에서 <월드 워Z>가 잠깐 흘러나왔는데,
신이시여... 브래드 피트도 무척 늙었구나.
만화 <괴짜가족>에서 구제 청바지에 환장하는 인물로
패러디된 캐릭터(이 사진을 도저히 구할 수가 없다!)와
점점 닮아져 가고 있어(예컨대 못나지고 있다는 거다)
마음이 참 아팠다.
한편 오늘 본 <스내치>에서의 브래드 피트는 무척
멋스러웠는데, 이것은 비단 세월이나 피부의 노화 탓이
아니라 브래드 피트가 등장하는 영화의 두 부류에 따른
차이인 듯하다. 나는 그가 비렁뱅이 타입으로 등장하는
영화에서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설경구가 검사로 나오는 <공공의 적2>가 끔찍하고,
<박하사탕>의 비루한 사내가 경이로웠던 맥락으로)
반면 선량하고 깨달음을 주는, 계급적으로 구분하자면
전문가-관리자에 해당하는 중산계급의 역할로 나오는
영화 속에선 영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어색한 파티에
온 것만 같다는 것이다.
감히 말하자면, 브래드 피트는 너무도 뚜렷한 자기의
색채와 융화되지 않는(유연하지 못한, 고집스러운)
아우라로 말미암아 연기와 영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는 별개로, <스내치>에서 브래드 피트의 독특한
영어 억양은 볼 만하다. (나와는 달리 자유를 누리고
있거나 쫓기고 있는 사람들은 부디 이 영화를 봄으로써
시간을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단결활동처럼
어쩔 수 없이 끌려온 자리에서 할 수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할 때 보기 좋은, 킬링 타임이라기보다 포맷팅 타임을
하기 위한 영화에 가까우니 말이다)
영화 속에서 집시로 등장하는 브래드 피트는 아일랜드
억양도 아니요, 영어도 아닌 참으로 얄궂은 억양으로
친구들과 작당을 하거나 껄렁껄렁거리는데, 인상적이다.
더불어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는 <트레인스포팅>의
스퍼드도 깜짝 출연하는데 여전히 안습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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