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동안 만화를 많이 읽었다.
종종 가던 외대 후문 쪽 <휴>가 문을 닫으면서
폐점 세일을 했다. 천천히 둘러보다 내키는 것 몇 권을 집었다.
서점에 들릴 일이 있을 때마다 틈틈이 만화를 사기도 하고.
나는 요즘 순정만화에 강한 끌림을 받는데,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드물거나 금지되거나 지양되거나
아무튼 희박한 감정을 다루며 그것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 순정만화의 범주가 뭔지 잘은 모른다.
그렇다고 장르적인 의미로서의 정통 순정만화는
잘 못 볼 것이다. (가령 베르사유의 장미라거나)
여성 만화가가 그렸다고 하여 그것이 순정만화일 순 없다.
(도로헤도로나 강철의 연금술사를 상기할 것)
반면 순정만화가 이성, 혹은 동성 간의 연애에 천착하고
모든 관계맺음과 세상사를 연애로 환원하는 장르적 흡착력엔
반대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연애란 관계적 한 방식으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개인과 세계가 맺는 관계성과
그 유니크한 태도, 그리고 그것의 은유적인 의미들이다.
나는 <페르소나>를 정말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정>은 삶의 비밀을 과감히 찌르고
아름답게 봉한 작품으로 기억하며,
그런 맥락으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아직 다 보진
않았지만. 요즘 쿡티비로 틈틈히 보고 있다) 매우 흥미롭게
각색한 '장르적 관점'으로 비튼 오늘날의 관계 양상에 관한
작품으로 보고 있다.
아무튼, 휴가를 다녀와서 기억나는 몇 편의 만화들.
카와치 하루카의 <진공 짝사랑 팩>이 계속 떠오른다.
나는 이 단편집을 망한 대여점에서 별 기대 없이 골랐고
복귀 전까지(정확히는 친구에게 빌려주기 전까지) 계속
반복하여 읽어보았다. 순정만화 그림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는 것 같다. 그 장르적 (도식화되고 어느 정도 정형화된)
그림을 우리가 부러 소비하는 거겠지만 나쁘진 않다.
"사랑은 깨달았을 때 이미 중증이다" 라는 대사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
토우메 케이의 <모모네> 역시 훌륭했다.
예술가 아버지 밑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모네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밋밋하고 투명하고 담백한 일상과 사랑이
봄날의 아침 비처럼 인상적이었고, 뭐랄까 정화되는 기분.
아, 점점 아저씨 인증하는 거 같은데...
이즈미 오카야의 <동형이색>도.
어째 휴가 때 만난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주인공들의
밀접한 일상 이야기를 닮아서 참 힘들겠구나 반,
나도 직장 다니고 싶다 반의 반,
역시 사회는 빌어먹을 돼지다... 반의 반이었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그림이랄 수 없는 그림체가 좋았는데,
이는 카와치 하루카란 순정만화의 대표주자틱한 그림체와
나란히 비교해서 느껴지는 개성인지는 잘 모르겠음.
(하지만 <진공 짝사랑 팩>에 수록된 초기 작품들은 또 그림체가
최근작들과 다르다)
반면 마츠야마 하나코의 <아이실격>은 기대 이하였다.
이런 부정적 캐릭터와 컨셉으로 밀고 나가는 만화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 시니컬함과 냉소가
새롭거나 독창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작가가 가고시마에서 활동 중인 듯한데, 뭐랄까
가고시마라면 성녀에 가까운 미인 카스미 유메코만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태어나는 게 아니었어...' 하고
우울해 하는 만화를 그리는 염세주의자도 있었다니
그점이 더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음, 내일은 아마 오전에는 피아노 연습을 하고
(스케일 연습은 정말 잡념을 지우는데 킹왕짱이란 걸 알아냈다.
더 좋은 건 운동. 땀 푹푹 흘리기)
오후에는 스즈미야 하루히를 볼 성 싶다.
이 작품은 뭔가 판단이라거나 비평이 아직까지 애매하다.
다 보면, 또 원작을 다 읽으면 드는 생각이 있을까...
전에 본 <해파리 공주>는 나름 감동적이었는데.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왜 요즘 만화에는 미소녀에 둘러싸인
평범한 남자가 등장할까' 라는 것.
이건 진짜 어느 정도 오늘날의 한 단면(혹은 욕망)을 드러내는
지점 아닐까...
아참, 이제 술은 끊으려고 한다.
(물론 내년 여름, 나한테 좋은 술 사들고 찾아오는 사람에겐
일시적으로 금주를 해제하도록 하겠지만!)
종종 가던 외대 후문 쪽 <휴>가 문을 닫으면서
폐점 세일을 했다. 천천히 둘러보다 내키는 것 몇 권을 집었다.
서점에 들릴 일이 있을 때마다 틈틈이 만화를 사기도 하고.
나는 요즘 순정만화에 강한 끌림을 받는데,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드물거나 금지되거나 지양되거나
아무튼 희박한 감정을 다루며 그것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인 것 같다. 순정만화의 범주가 뭔지 잘은 모른다.
그렇다고 장르적인 의미로서의 정통 순정만화는
잘 못 볼 것이다. (가령 베르사유의 장미라거나)
여성 만화가가 그렸다고 하여 그것이 순정만화일 순 없다.
(도로헤도로나 강철의 연금술사를 상기할 것)
반면 순정만화가 이성, 혹은 동성 간의 연애에 천착하고
모든 관계맺음과 세상사를 연애로 환원하는 장르적 흡착력엔
반대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연애란 관계적 한 방식으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개인과 세계가 맺는 관계성과
그 유니크한 태도, 그리고 그것의 은유적인 의미들이다.
나는 <페르소나>를 정말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사정>은 삶의 비밀을 과감히 찌르고
아름답게 봉한 작품으로 기억하며,
그런 맥락으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아직 다 보진
않았지만. 요즘 쿡티비로 틈틈히 보고 있다) 매우 흥미롭게
각색한 '장르적 관점'으로 비튼 오늘날의 관계 양상에 관한
작품으로 보고 있다.
아무튼, 휴가를 다녀와서 기억나는 몇 편의 만화들.
카와치 하루카의 <진공 짝사랑 팩>이 계속 떠오른다.
나는 이 단편집을 망한 대여점에서 별 기대 없이 골랐고
복귀 전까지(정확히는 친구에게 빌려주기 전까지) 계속
반복하여 읽어보았다. 순정만화 그림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는 것 같다. 그 장르적 (도식화되고 어느 정도 정형화된)
그림을 우리가 부러 소비하는 거겠지만 나쁘진 않다.
"사랑은 깨달았을 때 이미 중증이다" 라는 대사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아...
토우메 케이의 <모모네> 역시 훌륭했다.
예술가 아버지 밑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모네의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밋밋하고 투명하고 담백한 일상과 사랑이
봄날의 아침 비처럼 인상적이었고, 뭐랄까 정화되는 기분.
아, 점점 아저씨 인증하는 거 같은데...
이즈미 오카야의 <동형이색>도.
어째 휴가 때 만난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주인공들의
밀접한 일상 이야기를 닮아서 참 힘들겠구나 반,
나도 직장 다니고 싶다 반의 반,
역시 사회는 빌어먹을 돼지다... 반의 반이었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그림이랄 수 없는 그림체가 좋았는데,
이는 카와치 하루카란 순정만화의 대표주자틱한 그림체와
나란히 비교해서 느껴지는 개성인지는 잘 모르겠음.
(하지만 <진공 짝사랑 팩>에 수록된 초기 작품들은 또 그림체가
최근작들과 다르다)
반면 마츠야마 하나코의 <아이실격>은 기대 이하였다.
이런 부정적 캐릭터와 컨셉으로 밀고 나가는 만화는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 시니컬함과 냉소가
새롭거나 독창적으로 느껴지지도 않고.
작가가 가고시마에서 활동 중인 듯한데, 뭐랄까
가고시마라면 성녀에 가까운 미인 카스미 유메코만
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태어나는 게 아니었어...' 하고
우울해 하는 만화를 그리는 염세주의자도 있었다니
그점이 더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음, 내일은 아마 오전에는 피아노 연습을 하고
(스케일 연습은 정말 잡념을 지우는데 킹왕짱이란 걸 알아냈다.
더 좋은 건 운동. 땀 푹푹 흘리기)
오후에는 스즈미야 하루히를 볼 성 싶다.
이 작품은 뭔가 판단이라거나 비평이 아직까지 애매하다.
다 보면, 또 원작을 다 읽으면 드는 생각이 있을까...
전에 본 <해파리 공주>는 나름 감동적이었는데.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왜 요즘 만화에는 미소녀에 둘러싸인
평범한 남자가 등장할까' 라는 것.
이건 진짜 어느 정도 오늘날의 한 단면(혹은 욕망)을 드러내는
지점 아닐까...
아참, 이제 술은 끊으려고 한다.
(물론 내년 여름, 나한테 좋은 술 사들고 찾아오는 사람에겐
일시적으로 금주를 해제하도록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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