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당직근무를 서면서 <제2의 성>의 1부를 다 읽었다.
1부에선 여성을 둘러싼 사실(과 편견), 그리고 신화(억압의 기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소감평을 몹시 쓰고 싶으나
지금은 기력도 없을 뿐더러 급히 써갈기고 싶지도 않다.

다만 보부아르의 구성력과 독서력은 정말 가공할 만하다.
특히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남녀 억압의 역사와 신화를...
인용하는 대목들이나 각 철학사마다 등장하는 위 전제들을
엮어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거기에 마르크시즘의 해방 투쟁,
구조주의적 안목, 실존주의의 날카로운 직시까지 어우러져
<제2의 성>은 최근의 읽은 학술서 가운데 명저로 기억될 듯.

2부는 11월 말부터야 마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운이 좋으면 2014년 마지막 순간을 보부아르와 할 수 있겠군.
기억나는 문장이라 함은,

"페미니즘은 보통 모든 것에 보편적인 입장을 취하는
합리적인 정신이다"

그리고 보부아르가 남성의 (정신병적인) 여성 혐오를
설명하기 위해 텍스트로 꺼낸 몽테를랑의 극 작품들도
나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는 상또라이였지만...

"당신의 불행을 바라는 남자가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여자보다 낫다"

페미니즘을 특정 성 이론에 천착시키는 것이 아닌
억압에 대한 보편적인 해방과 투쟁의 이론으로 승화시킨다면
많은 사안에 적용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전에 읽은 레이먼드 윌러엄즈의 <기나긴 혁명>에서
거론된 "감정의 구조"는 인류 역사에서 함께 태동된
성의 신화와 함께 오늘날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으므로
보다 적극적인 파해와 탐독이 분발되어야 하는 이유가 되겠다.

'blur girl's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년 10월 26일  (0) 2014.12.14
14년 10월 25일  (0) 2014.12.14
14년 10월 18일  (0) 2014.12.14
14년 10월 17일  (0) 2014.12.14
14년 10월 15일  (0) 2014.12.14
Posted by 또복 :